늙을수록 매워가는가!
황혼의 나이, 추억을 곱씹으며 노년을 바라볼 나이에 무엇이 그리 매운맛을 내게 하는걸까?

임성주(일로 농협 근무, 사회연대네트워크 회원)

   
 

늙을수록 매워가는가!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들녘에서 일하는 농사꾼은 마음이 바빠진다. 뜨거운 햇살아래 굵은 팥죽땀을 온몸으로 게워내며 온갖 곡식을 서둘러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찬이슬의 매서움을 비켜가는 몇 가지 작물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생강이다. 

생강
건강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얼마 전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실은 나의제자- 생강으로 정과를(일명 편강)만드는걸 말품으로 배우고 그 즉시 일터에서 일과가 끝난 시간에 일을 벌였다. 우선 깨끗이 세척하고 편으로 자를 수 있게 드문드문 잘라놓고 상한부분, 몹쓸 부분을 일일이 과도로 손톱으로 다듬고 껍질을 벗겼다. 편으로 자르고, 설탕으로 버무리고 불에 자글자글 끓이고 달이기를 네 시간 이상...석탄이 되어버렸다... 

허리 아픈 줄 손가락이 부르튼 줄 모르고 냄비가 뚫어져라 저었건만 생강은 회생은 커녕 검붉은 석탄이 되버린 것이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제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ƒ..한다. 불조절이 어쩌고 시간이 어쩌고 ,황급히 달려와서는 재방송까지 한다. 난감함과 달리 은근히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무얼 배운다는 게 잘못 배우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결과에 맹신하고 단정하는 게 지금의 세상사와 너무 흡사한 것 같아 부끄러움이 아픈 허리를 휘감았다. 

후배가 노동조합 간부가 되어 사안에 대해 자문을 구할 때면 나는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답을 주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전제하고 다양한 결과와 그 과정의 성격에 대해서,,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민주적 방식과 계급적 결정에 귀 기울이고 결과는 대중의 이해에 기초할 것, 그리고 집행체계에서 녹아나도록 하는 거라고 누누이 주문하였다. 구체에서 추상으로의 상향이라는 이십대의 명제를 잃어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하였고 참담하기까지 했다. 흔히 초심하지만 자기가 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적을 망각하고 과정에 천착하며 결과를 독점하고 은폐하려 했다. 하고자 하는 것을 기본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고민의 부재와 천박함이 가져올 추악함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나 생강은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몸서리치는 밤에 시간과 순서를 지키고 서둘지 않은 결과는 나름 화려했다. 엄마에게 드릴 생강이 완성되었고,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 달님이 선생께 드릴 정도는 될성 싶었다. 휜 허리의 찌릿한 고통은 잠시 뒤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운 벗들과 나눌 생강정과를 삼일 주기로 근 20kg의 생강을 다듬고 저미고 난리를 쳤다. 울 집사람이 생강하고 전쟁을 한다고 할 정도로...심지어는 장날 마트의 부산함 속에서도 말이다. (음식을 공부하는 아들놈이 작년년말에 제대했는데 군기(?)가 왔다갔다 하는 상태에서 살짝 거들어 주어서 그나마 마음의 위안) 생강을 살 때마다 로컬푸드 협의회장인 철호형이 "넌 뭐하려고 생강을 많이 사냐." 할 때마다 설렘과 부산함이 왜 그러지? 하기도 했다. 

부산함과 설렘, 이건 연애할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다.
입속에 들어갈 때의 알싸한 달콤함이 매콤함과 어우러지고 그게 내려가는 훈훈함. 정과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지만 햇생강이 나올 때 다시금 정과를 만드는 부산함이 깨어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우며 봄의 기지개를 피우기 위해 몸의 온기를 모아놓고 기운을 세우는 정과는 한겨울밤의 기쁨으로 남는다.

늙어가는 건 저멀리 74살의 노익장을 보여주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 샌더스
황혼의 나이, 추억을 곱씹으며 노년을 바라볼 나이임에는 틀림없는데 무엇이 그리 매운맛을 내게 하는걸까? 추태로 범벅이 된 집안의 내외가 대통령이 되려하는 아수라에서 마치 진흙탕에 핀 연꽃처럼 밝게, 빛나게 우리에게 맵게 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