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세번째 글
더 부유한 현재
   
 

 

“마거릿 대처는 영국인 유권자를 괴롭히고 협박하고 꾀어내어 정치혁명에 가담시켰다. ‘대처주의’는 경감된 세금, 자유시장, 자유기업, 산업화, 공공산업의 민영화, 빅토리아 시대 가치, 애국심, 개인화와 같은 다양한 것을 대표했다. 대처는 영국 노동조합에 의해 행사되는 공적 영향력을 영원히 없애버렸다.”

- 토니 주트-

 

 

사회민주주의 위기 국면, 자유혁명 물결 세계를 뒤덮다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서평 제①부, 제②부, 제③부를 끝으로 스웨덴, 노르웨이의 1905년~2000년까지 약 100년간에 걸친 역사를 통해 어떻게 사회민주주의가 패권적인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큰 성과인 복지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구체화됐는지, 그리고 2000년 대 이후 사회민주주의의 사회정치 사상에 미친 영향과 사회민주주의가 처한 새로운 현실을 돌아보는 역사의 흐름을 이 책을 통해 폭넓고 깊게 조망할 수 있었다. 1905년을 기점으로 사회민주주의의 태동과 성장, 황금기를 거쳐 제3부에 해당하는1970년대를 맞았다.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변했다.

전 지구적으로 자유혁명 물결, 대표적인 프랑스 파리 68혁명은 학생 시위와 노동자 세력 합세로 격화되어 청년반란과 새로운 세대 등장의 도화선을 만들며 격렬한 정치 분쟁과 사고방식의 일대 변화가 시작되었다. 성난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반발과 기존의 정치체제에 불만으로 1970년대는 전개되었다. 새로운 세대는 개별화와 자아실현의 경향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 흐름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개입과 함께 국제전으로 확산되어 절정에 달해 있었다.


이때 당시 한국의 상황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1972년 장기집권 계획인 ‘유신헌법’ 체제 선포로 말미암아 독재정권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유신헌법’의 핵심은 긴급조치권 및 국회해산권 등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 부여, 6년으로 대통령 임기 연장과 중임 제한 조항 철폐,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 간선 등 종신집권체제의 막을 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학생이 주축이 되어 유신체제와의 투쟁이 시작과 1979년 박정희 정권이 종말을 맞을 때까지 내내 이어져 민중항쟁을 이끌어 낸 학생 시위였다. 이처럼 전 지구적인 변화의 바람은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주의 체제에도 타격을 가했다.

1970년대 중반 무렵 노르웨이,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44년 동안의 장기 집권에 실패하는 시기를 맞게 되며, 사회민주주의 패권 시기의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동시에 이룬 성과는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늘날 복지국가의 위기니, 심지어 복지국가는 망했다는 부정적인 인식의 시작이 이때부터 대두되었다.

 

 

   

스벤 올로프 요아힘 팔메(Sven Olof Joachim Palme, 1927년 1월 30일 - 1986년 2월 28일)

스웨덴 사민주의 신세대의 리더로 종종 혁명적 개혁가(revolutionary reformist)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1차 취임 1969년~1976년/ 2차 취임 1982년~1986년)


팔메 총리가 1969년 취임했다. 40대 초반의 젊고 인기 많았던 총리였다.

『사회민주주의의 시대』의 저자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는 “1970년대는 망설임과
실수의 10년”이라고 분석한다. 자유와 권리혁명의 영향으로 사회민주주의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주도권이 약화될 무렵 , 1970년대 들어 스웨덴의 상황은 여러방면으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올로프 팔메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이 책의 저자는 다소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급진적이라는 세간의 평판과는 달리 팔메는 급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르웨이와는 달리 은행의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스웨덴 은행의 국유화 문제가 제기됐을 때 팔메는 이를 묵살했다. 또한 환경주의 정치가도 아니었으며, 핵에너지 개발을 진행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근처 스리마일섬 원자로 사고가 나자 팔메와 사민당은 180도 태도를 전환하여 핵에너지를 장기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오락가락하였다. 단 팔메는 외교적인 문제에서는 급진적이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1970년대 초부터 케인스 이론은 약화되고 스칸디나비아에서 사회민주당의 주도권은 약화되기 시작했다.

팔메 취임 직후부터 스웨덴 경제는 국제적인 오일쇼크로 인한 위기였다. 반면 노르웨이는 1969년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 산유국이 되었다. 스웨덴은 노르웨이에 선두를 빼앗기며 노르웨이 1인당 국민소득은 스웨덴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976년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집권에 실패하며 창당 후 처음으로 6년간 야당이 되는 시절을 보내며 패권적 영향력을 잃게 됨과 동시에 사회민주주의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가장 위대한 성취로 일컫는 복지국가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따르면 팔메 이전에 스웨덴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이끈 정치 지도자 타게 에를란데르는 이러한 양상을 두고 " 증가한 기대에 따른 불만족" 이라 말했다고 한다.

사회민주적 복지국가는 높은 세금에 따른 재원조달에 기초하며, 사회민주주의 경제 원칙인, 시장은 규제돼야하고, 자본주의는 불평등함으로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조정 자본주의를 명백히 선호한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불어 닥친 자유혁명과 권리혁명의 영향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역시 압박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 정치 변화의 새로운 현실은 환경운동, 페미니즘 같은 일련의 저항 운동을 낳으며 세계관의 변화를 가져오는 역사적 흐름을 만들며 사회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졌던 팔메의 집권 기간이었다.

팔메는 1976년 스웨덴 총리에서 물러났다, 1982년 집권에 성공하였고 1986년 의문의 암살을 당했다. 팔메의 암살은 서거 30년을 맞은 현재도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는 신자유주의의 문을 열었다

 

대처, 레이건 집권 그리고 미국 모델의 절정 신자유주의


영국의 대처 수상이 1979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 집권하자 케인스 이론은 뒤안길로 사라지고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감세정책, 통화주의, 자유시장, 자유기업, 공공산업의 민영화, 자유주의와 개인화가 절정을 맞게 되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여기서 역사학자 토니 주트의 대처에 대한 평가 중 일부분을 빌려보자.


"대처는 자신보다 조금 더 온건한 보수주의자들의 정책과 목표를 지독하게 훼방했는데, 이들과 달리 유대인에 매우 공평하여 개인적인 조언자들을 선택할 때 유대인을 편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배 보수주의자들과는 대조적으로, 대처는 경제학자들의 글에 크게 공감했다. 그러나 터무니없게도 특정 학파의 경제학자들이 쓴 글만 좋아했다. 그들은 하이에크와 오스트리아학파였다." - 토니 주트 -'20세기를 말한다' 중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는 미국의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다. 토니 주트는 20세기를 말한다 에서 "20세기의 약 75년간은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이의 결투로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조건들에서는 국가가 개입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 더 낫다는 케인스와, 개입하거나 계획하면 국가의 이익을 위해 파괴할 자들에게 (예컨대 히틀러 같은 인물)주도권을 넘긴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은 특히 미국에서 교훈으로 남아있다."

신자유주의 이념은 자유시장경제에 맡겨라, 복지부문이나 기업부문에 국가의 개입은 개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자유경쟁의 확립과 개인 자유 극대화 구현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념은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집권 시기에 전 유럽을 비롯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정체성인 복지정책도 선택의 자유와 개인에게 더 큰 자유를 부여하는 신자유주의의 도전에 직면하며,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성인 평등사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자의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복지에 관한 자유선택이 주어진다면 불평등한 결과를 만든다. 학교교육, 의료서비스, 사회보장과 같은 사회복지사업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민주주의 사상이다."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평등상인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에도 결국 영향을 끼쳐 1981년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새로운 정책인 '제3의 길'이라는 정책 보고서를 낸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올로프 팔메의 오른팔 격인 '잉바르 칼손'이었다. 대처리즘과 사회민주주의와의 중도 방안이었고, 1982년 팔메는 정권을 장악하였다. 이 후 1997년 영국 노동당, 독일 사회민주당의 국정 이념으로 내세워 ' 제3의 길'로 각각 집권에 성공하였다. 이 책에 따르면 1982년 프랑스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도 처음에는 노르웨이 사회민주당 정책과 유사했으나 곧 대처리즘으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1980년대, 1990년대 민영화 물결은 스칸디나비아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높은 노조가입률과 보편적복지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자랑한다. 국내 보수언론들과의 주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경제민주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를 이룩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사회혜택을 누릴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이런 성과의 가장 중심부에 '경제민주주의'실현이 있다.

사회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패권을 장악해 나갈 1930년대 무렵부터 ,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자본주의는 수정돼왔고 통제되었으며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제약을 가한 가운데 2000년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민주주의'이다. 40년 이상 복지국가 건설을 추진하며 조세제도의 재분배체제, 협력의 정신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루었다.

 

저자는 간명하게 경제민주화를 정의한다. "경제민주주의는 경제 영역에서 소유권 권한 제한이 화두다. 1938년 살트셰바덴협약으로 부터 1970년대 입법상의 길로 나아가는 광범위한 조치였다."

살트셰바덴협약은 1938년 노조와 재계가 만나는 대화의 정치로 부터 시작하여,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역사적 타협(협약)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었다.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의 경제민주화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격렬한 논쟁과 대립, 타협 속에서 하나하나 결실을 맺은 험난한 과정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직장 내 민주주의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의 의사결정기관에 노동자대표제'를 들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경제민주주의 부분을 살펴보자.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관한 법(근로자대표제)은 스웨덴. 노르웨이 양국은 1972년 법으로 비준되었다. 100명 이상 근로자를 보유한 회사는 2명의 근로자 대표를 둔다. 또한 직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환경법 제정을 하였는데 노르웨이 1977년, 스웨덴 1978년이었다. 스웨덴은 1974년에 고용보장법, 1976년 공동결정법을 제정하였다. 공동결정법은 '근로자들에게 회사에 관한 정보접근법을 부여하고 노동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큰 변화를 위한 협상을 명기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양국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노사간의 협력에는 무엇보다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높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노동자 90%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이들 양국의 직장 내 민주주의는 산업민주주의로 확산되어 경제민주화로 발전되었다.

1970년대 중반~ 1990년대 까지 스웨덴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임금노동자기금안'은 자본가의 극심한 반발과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이를 보더라도 경제민주화의 과정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 가운데 상생의 길을 나아갔던 것이다. (스웨덴과 달리 노르웨이는 임금노동자기금안을 따르지 않았다.)


한국은 여당. 야당이 큰 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레토릭으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다 어느 틈에 슬그머니 사라지곤 하는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제민주주의의 과정은 수십 년에 걸친 자본가와 노동자의 사회적협약의 결과였고, 여기에는 노동조합총연맹(LO)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한국의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또한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의미와 실천적 방향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압박받는 복지국가? 더 부유해진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큰 성과는 복지국가이다. UN발표 행복한국가 순위에서 항상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국가 평가 순위도 마찬가지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1980년대 중반에 국민총생산의 33%를 사회복지에 지출하였다. 현재는 노르웨이가 1인당 평균 국민총생산 면에서 스웨덴을 제쳤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의 경제지표와 거버넌스지표 에서 세계 최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복지국가 위기론을 주장하며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보수주의자들은 의료. 주거. 교육. 복지 등은 자유시장에 맡기는 것만이 시장경제가 번영하는 길이며 , 복지제도는 최소한의 생활보장에만 그쳐야한다며 복지국가를 비판, 호도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성장 우선을 내세워 경제성장을 이룬 다음 복지정책이라고 하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근대화 시작부터 , 즉 산업화 발전 시기부터 복지정책의 기틀을 세워 산업화와 동시에 사회보장체제를 가동하여 아동수당. 국민연금제. 출산유급휴가제 등 192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복지정책을 구축하였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여기서 저자의 역사적 평가를 들어보자.

"복지국가의 위기감은 현실의 심각한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발생, 지속적인 성장의 시기가 1970년대 들어 와해된 이유와 복지국가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이 부각된 점은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사고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1970년대 자유혁명 물결은 ' 선택의 자유'를 기치로 삼아 신자유주의자와 신좌파들의 모순적이고도 기묘한 동일한 세계관을 낳으며 사회민주주의의 사회에 대하여 반발하고 있다.

끝으로 인식해야할 점은 비그포르스도 말했듯이 "복지국가는 사회민주주의의 종착역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역시 종착역은 아니다.

 


역사는 돌고 돌며 변화하고 사회민주주의 역시 역사적 발달과 그러한 흐름속에서 100년의 호흡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 『사회민주주의 시대』 가 말해주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경로로 태동되어, 복지국가 황금기를 누렸고, 21세기 들어 더 부유해진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100년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by 이영희

 

   
 이영희 사회민주주의센터 부대표, 사회연대네트워크 공동대표


<서평 2부 바로가기> 사회민주주의의 황금기

<서평 1부 바로가기> 북유럽 사회민주주의의 형성과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