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성향으로 알아보는 브렉시트의 진정한 의미
브렉시트는 과거 30여 년 간 기능해온 경제 모델에 대한 거부

유 승 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지난 6월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지역적으로 봤을 때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은 EU잔류를 선택한 반면, 전통적인 공업중심지인 지방 도시들은 EU탈퇴를 선택했다. 또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EU잔류를 압도적으로 선택, 저학력자가 다수인 전통적 노동자 계급은 EU탈퇴 지지자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청년층은 EU잔류, 노년/장년층은 EU탈퇴를 선택했다. 국가별로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EU잔류를, 웨일스와 잉글랜드는 (런던을 제외하고는) EU탈퇴는 선택했다. 이 같은 표심에 나타난 주요 경향을 하나씩 짚어보자.

 

1. 런던의 잔류 선택과 지방도시의 탈퇴 선택

런던이 EU잔류를 선택한 이유는 자명하다. 런던의 금융산업은 유럽통합 가속화와 함께 크게 성장하며 영국의 주력 산업이 되었다. 런던 금융계는 유럽통합의 최대 수혜세력인 셈이다. 따라서 EU탈퇴는 런던이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런던을 거점으로 하는 세계의 금융자본들과 여기에 종사하는 금융인들의 EU잔류 지지는 경제적 이해관계 면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전통적 공업지역에서는 EU탈퇴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영국의 제조업이 유럽의 경제통합이 가속화된 지난 30여 년 간 쇠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통합은 1986년 단일유럽의정서 채택과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체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서 유럽연합은 동유럽까지 확장되었다. 이 기간동안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상품시장, 노동시장, 자본시장의 통합이 진행되며 영국의 제조업은 급속한 탈산업화를 겪게 된다. 그 결과 1990년 500만 명을 상회했던 영국 제조업 고용은 2011년에 25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세계화와 함께 영국의 제조업은 동유럽을 생산기지로 하는 독일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쇠락하거나,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된다. 이로 인해 탈산업화(산업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고 전통적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지위는 추락한다.

이에 반해, 고학력자들은 런던 중심의 금융 산업에 주로 고용되면서 유럽통합의 수혜를 받았다. 고학력자는 EU잔류, 저학력자는 EU탈퇴를 선호한 이유는 여기서 설명된다.

투표 결과를 좀 더 세세히 살펴보면 이 경항이 매우 뚜렷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는 EU잔류가 58%로 높았는데, 제조업 지대에서는 EU탈퇴가 86%로 압도적이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통계는 노동당이 잔류를 당론으로 했음에도 불구, 노동당 텃밭 지역에서는 EU탈퇴표가 더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요크셔와 셰필드는 강철과 석탄으로 유명한 공업지구이고 학생인구가 많아서 전통적인 노동당 지역인데, 51%가 EU탈퇴를 선택했다. 다시말해 노동당의 주요 지지층 중 블루칼라 노동자들 상당수가 EU탈퇴를 선택한 것이다.

제조업 노동자들의 EU탈퇴 지지에는 이민자에 대한 거부 정서가 반영되었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2004년 다수의 동유럽 국가를 비롯한 10개국이 EU에 가입했다. 그 이후 경제적으로 영국보다 낙후된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동유럽 이민자들은 미숙련/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조업 노동시장에서의 취업 경쟁을 더욱 치열해졌고, 이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상황을 더욱 열악해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소득 수준에 따른 투표 성향을 분석해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득 수준의 높은 69개 지역에서는 EU잔류 지지가 65%로 압도적이었던 반면, 연소득 2만 3천 파운드 이하인 309곳의 저소득 지역은 EU탈퇴 지지가 77%로 정반대 상황이었다. 집값에 따른 지지도 추이를 분석한 통계도 있다. 평균 집값이 28만 2천 파운드 이상의 지역에서는 EU잔류 지지가 72%, 그 이하 지역에서는 EU탈퇴 지지가 79%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번 브렉시트 투표는 영국에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는 분열, 유럽통합과 세계화 이후 점점 첨예화된 빈부 대립의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2. 청년층의 잔류 선호와 장년층의 탈퇴지지

그럼 노인층과 장년층의 EU탈퇴 지지가 높았던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영국 노인들 대부분은 연금 수혜층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의 연금생활자의 소득이 25세 미만의 청년층의 소득보다 높아졌다. 여기에 영국 보수당 정부는 노인표를 얻기 위해 긴축 재정 속에서 실업급여와 육아지원같은 복지혜택은 축소하면서 노인들에게는 여러 혜택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시장금리는 0.7% 대인데, 노인들에게는 4% 확정금리의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우를 잘 받고 있는 노년층이 왜 EU탈퇴에 투표를 했을까? 첫 번째로 밀려드는 이주자에 대한 반감을 들 수 있다. 이주자들이 몰려오다 보니 연금 등 사회보장 재원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높아진 것이다. 노인층은 변화를 원해서가 아니라, 유럽통합이 지속되면서 원치 않는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EU탈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청년층이 EU잔류를 선호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8~24세는 73%, 25~34세는 62%가 잔류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서 2014년 이코노미스트에서 24세 이하 유럽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던 여론조사를 언급하고 싶다. 여론조사 질문은 "EU가 당신들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였는데, 답변 1위는 '자유로운 이동'으로 무려 60%가 넘었다. 그 다음으로 유로, 평화 순이었다. 청년들은 자신의 빈곤이 장년층만큼이나 고통스럽지만 자식의 교육, 의료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장년층에 비해 경제적 압박감이 약간 덜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3. 스코틀랜드의 EU잔류 지지와 잉글랜드의 EU탈퇴지지

스코틀랜드는 62%가, 북아일랜드는 55.8%가 EU잔류에 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는 한 번 부결되었던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다시 하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투표 성향은 영국의 고유한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EU탈퇴 시 영국 내에서 잉글랜드의 주도권을 강화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EU잔류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

   
 

 


몇 가지 함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분리주의적 성향을 제외하면, 브렉시트와 브리메인 간의 차이는 계급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분명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는 신자유주의와 유럽 통합의 가속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항의이다.

이런 맥락에서 브렉시트는 최근 30여 년 간 지속되어 온 전지구적 시장 통합의 흐름인 세계화를 거스르는 역류의 시작임에 틀림없다. 세계화와 함께 유럽통합이 가속되며 진행된 영국 제조업의 쇠락, 노동자 계급의 경제적 지위 추락, 여기에 이민자의 증가로 서민의 삶의 질은 하락했다. 브렉시트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금융 우위의 세계화와 결합해버린 유럽통합운동에 대한 분명한 이의 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브렉시트는 과거 30여 년 간 기능해온 경제 모델에 대한 거부라 할 수 있다. 유럽통합은 냉전 해체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사조 하에서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 이전에 국민국가는 완전고용과 복지의 보증자였고, 자본과 인구에 대한 통제는 노동조합이 해외로의 공장 이전과 값싼 노동력에 위협받지 않고 높은 임금을 협상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 보다 통합된 유럽은 다국적기업, 고학력 숙련노동자, 부유층 등 일부 계층에게는 수혜를 주었지만 중산층 이하 계층은 고용불안, 임금정체, 복지축소 등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세계화를 뒷받침한 자본/노동/상품의 자유에 고삐를 물리더라도 국민국가가 제공한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길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