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이 화력발전보다 비싸다
핵과 위험의 경제학

 대개의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위험한 사건의 피해 크기가 아주 작거나 그 발생 확률(위험률)이 지극히 낮을 경우 그 위험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또한 그 발생 확률이 낮지 않고 더구나 그 피해 크기가 크더라도 본인이 그 일과 직업 또는 생활상 관련된 경우에는, 그리고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그 위험과 타협한다. 즉 그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고 위험에 둔감한 채 지낸다. 위험한 환경에 사람이 적응한 경우이다. 

핵발전소 대형 사고는 확실하게 발생한다
 
1989년에 독일에서 시행된 핵발전소의 위험 발생 가능성 연구 제2단계 프로젝트에 따르면, 서독에서의 하나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기술적 실패로 인한 대형 사고의 발생 확률(위험)1년간 0.003%로 추정되었다. 이는 매우 작아 보이는 수치인데, 하지만 유럽연합(EU) 전체에는 2007년 말 현재 146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그리고 하나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1년의 가동 기간 동안 대형사고 발생 확률이 0.003%라는 위의 계산법을 적용하면, 146기의 원전에서 40년의 상업운전 기간 동안에 대형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6%를 넘는다.
 
그런데 이 계산법에는 가능한 많은 원전사고 시나리오와 그리고 핵 반응로의 노후화로 인한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도 않았다. 해리스버그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처럼 기계적 실패가 아닌 인간적 실수(인재)로 인해 발생하는 핵발전소 사고의 가능성도 고려되지 않았다 (출처: www.100-gute-gruende.de). 그런데도 무려 16%가 넘었다.
 
원전 1기당 1년간 대형사고 발생 확률 0.003%라는 공식을 23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 적용하면, 40년간의 상업운전 기간 중에 한국에서 대형 핵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2.7% 가량이다. 또한 1000년의 운영기간 동안 한국에서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50%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한국에서도 향후 1000년 기간 동안 거의 확실하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1>은 이 점을 보여준다.
 
   
▲ <그림 1>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연수와 대형사고 발생 확률
 
전세계에는 435기의 원자로가 있고 위의 계산법을 적용할 경우 전세계에서 1년간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3%가량이다. 따라서 54년에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규모 사고가 한 건 이상 발생할 확률이 50%를 넘는다. 50여 년에 한번 씩 핵폭탄이 하나 터지는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보면 된다.
 
미래 세대의 위험을 할인하여 계산하는 현재 세대
 
그런데 사람들이 위험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는 그 위험을 나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위험 확률의 크기, 그 위험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피해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즉 사람들 그 위험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달라진다.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기대효용 이론으로 위험의 문제를 다루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취향은 위험기피적이라고 가정된다. 이는 화폐에 대한 효용함수가 증가율이 체감하는 증가함수라는 것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에서는 1년 후의 미래에 발생할 1천억 원어치의 피해 위험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것보다 할인된 가치로 간주된다. KDI 같은 기관에서는 연간 5.5%를 사회적 할인율로 본다. 1년 뒤 1천억 원의 피해는 현재는 1천억 원 x 1/(1+0.055) 즉 약 948억 원의 값으로 평가된다. 또한 10년 후에 일어날 1천억 원의 피해는 현재 시점에서는 1천억 x 1/(1+0.055)10585억 원 가량의 피해로 책정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게 되면, 100년 후 또는 1000년 후에 대규모 핵재앙의 발생 확률이 설령 50%라 하더라도, 현재 세대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현재 세대가 부담해야 할 피해액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의 언젠가 시점에서 대규모 핵재앙을 경험할 후세대의 입장에서는 액면 그대로 1천억 원짜리의 엄청난 대규모 재해를 당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먼 과거 조상들은 그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참으로 무책임한 조상들로 여겨지는데, 하지만 인간 사회의 그 정도 도덕 수준이 주류 경제학의 숫자와 계산법으로 객관적으로 표현된다. 
 
핵발전소 대형사고 발생시 연간 GDP의 3배 피해
 
프랑스에서는 핵발전소의 대형사고로 인한 피해를 자국 GDP의 세 배까지 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2013GDP1400조원이므로 한국에서 핵발전소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4,200조 원 규모의 피해가 일어난다. 여기에 연간 할인율 5.5%를 적용하여 일정 햇수 안에 발생할 핵발전소 대형 사고의 피해액 기대치(예상치)2014년 현재의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을 계산해보자. 그것은 <그림 2>의 세로축으로 나타난다.
 
   
▲ <그림 2> 한국에서 핵발전소 대형사고시 피해액의 할인값
 
<그림 2>에서 세로축의 단위는 10억 원이고 가로축의 단위는 1년이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80년의 기간 동안 한국에서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날 위험률(발생확률)을 감안한 피해 예상값(기대치)는 약 226조원인데, 하지만 80년간의 매년 각각의 할인율을 평균한 값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대치의 현재 가치는 53조 원 가량 된다. <그림 2>는 매년 증가하던 피해 예상값이 대략 53조원 수준으로 수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값이 한국 사회가 핵발전소 예상 피해에 대해 현재의 시점에서 지불의사가 있는 최대액수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왜 지불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53조원의 현재 가치를 지불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 위험성의 기대치의 현재가치가 최대 53조원이고, 이 피해를 미래에 보상하려면 그 보상액에 대한 보장으로 오늘날 매년 약 28천억 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1기당 연간 대형 사고 발생 확률 0.003%에 그것이 발생했을 경우의 피해액인 4,200조원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매년 원자로 1기당 미래의 피해보상에 필요한 현재 보험료는 1200억 원이 넘으며, 23기 원자로 모두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매년 27600억 원이다.
 
당연히 한국 사회는 현재 이런 보험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생산원가에는 매년 28천억원의 보험료가 미래 세대를 위한 비용으로 책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핵발전소의 미래 대규모 사고 위험에 대해 우리 세대는 아무런 담보도, 보험도 없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왜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로 1기당 연간 평균 전기 생산량은 6,535,967,782kWh이고, 현재 국내의 원자력 발전 원가는 1kwh 53.72원이다. 아직은 화력발전소의 발전원가 61원 보다 낮다만약 핵발전의 미래 사고 위험에 대비하여 우리 세대가 보험료를 지불할 경우, 1kwh18.35원의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 경우 원자력 발전의 원가는 1kwh 70원이 넘어 화력발전의 그것보다 비싸진다.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경제는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이 말하는 사회적 할인율 계산법조차 무시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즉 싼 전기요금)을 과장하여 찬양하고 있다.
 
핵에너지가 석유에너지보다 평화적인가?  
 
핵발전은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195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그 후 60년이 지나는 동안 벌써 핵폭탄 투하에 준하는 사고가 미국, 소련, 일본에서 3건이나 발생했다.
 
물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탄의 경우 탄광사고가 있고 석유의 경우 유조선 사고가 있다. 이것은 에너지 다소비 문명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은 중동에서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고 최근 10년에 한번 꼴로 중동을 침략하면서 매번 수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20세기 이래 문명 세계의 편리한 에너지 이용은 그 이면에 전쟁과 폭력을 감추고 있다.
 
위험은 인간 생명의 희생을 뜻하며 위험에 대한 한 사회의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그 사회 문명의 수준을 말해 준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원의 확보에서부터 자동차 같은 활용 및 소비부문에 이르기까지 석유문명의 의도적 폭력성은 20세기 역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졌다.
 
석유에 비해 핵에너지의 경우 평화적 이용이라는 수사학이 처음부터 동원되었다. 그리고 석유를 둘러싼 노골적인 폭력성향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은 없었다. 그리고 핵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도 가시적이지 않다. 그런 점만을 본다면, 석유 에너지 사용에 기반을 둔 세계보다는 핵 에너지 쪽이 더 신사적이고 문명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핵에너지는 전기생산이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보관과정이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쟁에 버금가는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다.
 
핵발전, 신사적인 구조적 폭력과 후손에 대한 무책임성
 
이 글에서 우리는 위험과 피해의 기대치에 관하여 다소 공상적인 계산을 해 보았다. 이 시대를 사는 현세대 사람들은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값싼(?) 전기를 이용하면서 핵발전소의 대규모 사고 발생 위험에 대해 적정한 보험료도, 담보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경제적 합리성도 아니고 정치적 계산이다.
 
석유 에너지의 경우 노골적인 침략과 살상이 저질러지지만 원자력은 그런 범죄의 혐의를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원자력은 석유에 못지않은 처참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미래 세대가 대가로 지불하게 한다. 이 점에서 원자력은 인간의 사악함기술의 사악함으로 감추는 고도의 전략적 기술이다.
 
핵발전은 전쟁과 폭력의 힘보다는 시장의 힘’(즉 값싼 에너지)을 신봉하는 현대 사회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양심의 고통을 회피해 가며 저질러지는 신사적인 구조적 폭력과 후손에 대한 무책임성이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글/이승무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원순환 거버넌스 포럼 실행위원,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정책위원, 핵소위 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순환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연재예정 목차>

1. 핵이 있는 경제와 핵이 없는 경제

2. 핵과 위험의 경제학

3. 지식세계의 무책임

4. 기후변화와 핵

5. 핵 없는 경제 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