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전략' 노동운동과 2015년의 전망
민주노총 선거 평가 좌담회 2편 - 못다한 이야기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들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후보 진영에게 2015년 노동운동의 전망에 대해 물어보았다. 

   
 

 

앞의 좌담회 1편 <사회연대 전략을 전국민 운동으로>: /news/articleView.html?idxno=175 에서 이어집니다. 

 

 

 

​좌담 진행 : 정승일 사민저널 편집기획 위원장.

참여자: 정용건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출마자. 임성규 선거대책위원장. 배기남 정책국장. 김욱동 상황실장. 

날짜 : 2014년 12월 30일. 

 

사민저널 : 이제부터 2부 좌담회에서는 올해의 노동문제로 들어가 볼게요. ​박근혜 정부가 내년 1년 동안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한상균 후보는 박근혜정부와 제대로 된 투쟁을 하겠다고 이야기했고요. 그래서 지금 노동계와 정부가 강하게 부딪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요. 박근혜 정부는 노동문제 뿐 아니라 연금제도도 손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가 선거가 없는 2015년 한 해 동안 자기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이른바 시장주의 구조개혁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거의 다 신자유주의입니다. 제 생각에 노동운동이 됐건 진보운동이 됐건 통 크게 연대해서 큰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상균 위원장이 싸움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죠. 이런 상황이라면 한상균 위원장과 같이 할 수 있는 공통 분모가 있지 않을까요?

정용건 : 직선제에서 조합원의 선택이 한상균 후보인 것은 우리가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에 참여했던 후보들도 당연히 힘을 모아야 할 것이고 진보 진영 전체도 힘을 모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아낼 것인가?’의 문제에서 한상균 위원장도 ‘민주노총만의 리그’로 빠지지 않고 더 크고 더 넓게 싸울 고민이 필요한 거죠. 한상균 위원장도 민주노총 선거운동 기간에 현장에서 그런 고민을 느낀 것 같습니다. 

사실 노동운동만으로는 운동의 성과가 나지 않아요. 현장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서민, 농민, 빈민들의 공감을 만들어 낼 것인가?” 의 고민을 민주노총이 능동적으로 해나가면서 먼저 민주노총이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메시지가 유효하게 먹히면 민주노총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20%대로 무너졌습니다. 다른 것도 있겠지만, 담배세 인상하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방안을 백지화하고, 공무원 등 특수직 연금에 손을 대면서 지지율이 무너졌다고 봅니다. 2015년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쉽지 않을 거예요. 제조업도 어려워지고 있고 연금도 줄이겠다고 하고 임금도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아요. 당연히 소비는 더 위축될 거고요. 정부가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금리밖에 없는데 그것만 마냥 사용할 수도 없고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2015년엔 정말 많이 힘들 겁니다. 금이나 5만 원 권을 집에 쌓아놓는 상황이 계속될 거고요. 

 

임성규 : 2015년이라는 시점은 민주노총에게 쉽지 않는 시간이 될 겁니다. 경제는 어렵고 노동자·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겁니다. 만약 현 정부가 ‘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진해나가겠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크게 싸울 거리가 없어요. 그런데 이 정부는 되려 ‘노동시장 유연화를 하겠다’, ‘노동개혁이 최우선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희생의 타겟을 정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경제만 획기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는 없어요. 이 상황에서 전체 국민의 삶을 좀 더 질적으로 나아지게 하고 국가재정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세금 개혁입니다. 현찰이 숨지 않게 하고 누진세를 더 물리든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든지 해서 세원을 확보하고 그 세원을 모자란 국가재정 영역에 사용하는 것이 지금의 않좋은 경제 상황을 살릴 대안인데, 지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친 자본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박근혜 정부는 ‘누구를 쥐어짜서 이 경제 상황을 살릴 것인가’의 타겟을 노동자로 정하고 있어요. 노동자한테도 득이 되고 사용자나 자본도 양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사민저널 :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선박 관리 규제와 비정규직 선원의 채용 규제의 완화 등 때문이라 하는데 크게 보자면 시장주의 논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규제를 강화하고 선박 안전 관리 규제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더 크게 보자면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따지면 세월호 사건. 그리고 복지단체들의 복지국가 운동, 그리고 노동운동이 크게 보면 하나의 공동의 적이 있는 셈이죠.

말하자면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하나의 연대 세력을 만들 수 있고요. 이런 걸 통틀어 사회연대 전략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런 연대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대로 꾸려내지 못한다면 지금 여기 모인 분들이 흩어진 세력들을 조직적으로 묶고 전국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가령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과 공동으로 복지국가 운동도 하면서, 4대 보험료 증액이나 증세같은 이야기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욱동 : 예전에는 자주민주통일을 기초로 하는 전국연합이 만들어 져서 전선체 운동을 하고 운동 세력을 자주민주통일 운동에 복무시키고 주사파의 사상도 전파시켰어요. 하지만 지금 자민통에 반대하는 진보 좌파라는 사람들의 운동 역량은 너무 정당 운동에 매몰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 반대편은 전선운동을 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사민저널 : 맞습니다. 그게 사실 선거보다 더 중요한데도 말이에요. 

김욱동 :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운동이 나오려면 전선운동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이른바 사회연대 전선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당운동과 노동운동 이런 모든 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회연대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다 같이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이제 자민통 세력은 조금 빠졌으면 합니다(웃음).

정용건 :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제가 선거현장을 돌아다니면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안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 당에 대해 입도 열지 않아요. 이것을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욕구’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직면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민주노총 선거 유세하는 과정에서 담뱃값 문제가 정리 됐어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런데 이번에 올린 담뱃값 4,500원은 우리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담배값을 만 원 정도로 올리면 흡연율이 많이 줄겠지만 4,500원은 효과가 적잖아요.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문제를 법인세 감세 철회로 대항하고 있어요. 그런데 법인세 감세 철회 해봐야 추가 세수는 기껏 5천억 밖에 더 걷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놓고서는 소방 예산을 확보해서 실리를 챙겼다고 새정연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정당이 새정연입니다. 문재인이 새정연 대표로 선출된다 해도 과연 대안과 희망을 가진 야당이 될 수 있을지는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로 본다면 의문이죠. 

그래서 이제 너무 정당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것 보다는, 전선운동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간에,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커다란 사회연대 공간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 다녀보니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담뱃값 인상부터 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제가 현장에서 또 느낀 것은 제조업의 힘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별 대안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정책적으로 제조업을 더욱 육성해서 제조업에서 더 돈을 벌어들이도록 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재벌가의 돈을 확실히 상당부분 세금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큰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해요. 제조업은 임금 경쟁력 때문에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을 새로 채용하지는 않아요.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정년이 55세입니다. 중공업은 더 심각해요. 해마다 1,200명씩 회사를 나가고 있는데 신규채용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채용은 비정규직이에요. 

이렇게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면 결국 이 상황은 노동 현장의 공동화로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공동화, 한국 경제의 공동화가 될 수도 있어요. 결국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제조업 분야가 고용문제와 사내 하청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유도하려면 고용 장려금 같은 제도를 실행해야 하는데 재원이 없어요. 그 재원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보수 쪽에서 세금 문제를 가지고 정면으로 치고 나오고 있는데 아직 우린 그러지 못했어요. 앞으로 우리의 사회연대 전선, 아니면 그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운동에서 세금과 관련된 부분을 명확히 문제 제기하고 새로운 사회정치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못하면 한국은 양극화도 해결할 수 없고 갈등도 해결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세금과 관련된 문제에서 진보진영 내 학자들,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각층을 다 모아 상설 기구를 만들어 전면적으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곧 연말정산 시즌인데 노동자들이 환급받지 못한 돈이 작년에 비해 9,000억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근로소득세 내는 사람들이 세금을 그만큼 더 내게 된 것이죠. 이제 사람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한 번, 연말정산 때 또 한 번 세금과 관련한 부담을 느낄 거예요. 과거에는 연말정산으로 생긴 돈을 마누라 몰래 챙겼는데 이제는 오히려 정부에 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죠. 이런 경험들로 사람들이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전선운동이나, 아 전선운동이 우리 쪽 용어라서 어려우니까 공동체적 운동이라고 부른다면,  공동체적 운동으로 조세와 관련된 움직임을 2015년에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2016년과 2017년 선거도 암울하게 맞이할 것 같아요. 

배기남 : 지금 20대 기업 사내유보금이 510조 라고 합니다. 그걸 쓰게 만들어야 해요.

 

사민저널 :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쓰던지 아니면 정부에 세금으로 내던지 할 필요가 있죠.

임성규 : 그런데 최경환 장관은 사내유보금을 주식 배당으로 풀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정용건 : 사내유보금으로 임금을 더 올려주거나 설비투자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주주 배당을 하겠죠. 부자들만 도와주는 겁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양재에 10조대 땅을 구매 했는데 이걸 투자로 볼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6월에 한다고 합니다. 이걸 투자로 봐 버리면 기업은 전부 부동산 조금 사고 배당하고 해서 사내 유보금을 처리 할 겁니다.

 

사민저널 : 2015년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겁니다. 1930년대가 대공황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대불황>의 시대라고 학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지 벌써 7년째예요. 2008년 말에 예측하기를 이 금융위기가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미 6년이 지났으니 10년 정도는 갈 것 같아요. 지금 미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는데 그 외에 일본, 유럽 중국 뿐 아니라 한국도 내리막길입니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달러 패권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계속 말씀하신 ‘사회연대’라는 걸 키워드로 해서 ‘반 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해야 할 것 같아요. 정부와 보수 진영은 지금 노동시장 개혁이니 해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고 이쪽도 크게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꼭 세금문제가 아니라 이런 걸 보더라도 193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가고 있어요. 1930년대 세계 진보세력 가령 스웨덴의 비그포르스같은 사람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도 복지예산을 늘려버렸어요.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미국에서는 루즈벨트가 그렇게 했고요.

말하자면 정통 맑스주의와는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대공황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복지국가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경제를 안정화시키면서 그때부터 세금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거죠. 

지금의 대불황 시대는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신자유주의만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 심각한 문제 발생한 거죠. 자본주의를 완전히 뒤엎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연대라는 개념 하에 5천만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고 자본과 시장은 그 주인에게 복무하는 일종의 하인 또는 도구라는 새로운 생각을 우리의 미래 국가비전으로 삼고 새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회민주주의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고요.

김욱동 :  1996~97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 투쟁을 하면서 노동계가 일정 부분 승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바로 IMF가 터졌죠. 그리고 노동운동이 연전 연패했고요. 그러니까 정승일 위원장의 말대로 2015년에 한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위기이고 노동자와 박근혜 정부가 한 판 싸움을 할 테인데, 그 싸움에서 일정 부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너무 질주를 하고 있어요. 국민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그 이후에 노동운동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했을 때, 우리가 무언가 뚜렷하게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없어요. 이런 상태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승리는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용건 : 세금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구나 올리는 것에 반대합니다. 우리 조합원들도 반대하고 있고요. 그래서 ‘재벌에 걷는 세금을 올리는데 우리도 조금 올리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고요. 또 우리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노동자·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실업급여 문제, 중소·영세사업장,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한 구조.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법안을 내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을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 것 없이 막연한 전선이나 막연한 싸움만 이야기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어요. 한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 예를 들어 우리가 민주노총 선거 때 이야기했던, 실직자들에게 3년간 본래 봉급의 70%의 실업급여 제공 등의 정책을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고 그 재원마련 방법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면 헤게모니 싸움에서는 충분히 해볼만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임성규 : 한상균 위원장이 노동운동을 살리고 진보운동을 살리는 데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누가 하건 관계 없이 사회연대 전략이 관철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는 백의종군하면서 우리가 준비해온 내용을 공공에 제시하고, 그 내용을 민주노총 집행부가 받아서 해주면 좋은 거고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차원의 적극적 구상이 필요합니다.

 

사민저널 : 복지국가 운동을 했던 분들이나 세월호 투쟁을 했던 분들 등과 연대해서 민주노총도 사회연대 전략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자는 말인가요?

정용건 : 네, 아마 그쪽도 받을 거예요. 그쪽도 나름대로 절박한 상황이거든요. 다만 우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회연대 전략을 생산하고 제시할 수 있는가가 문제죠. 그런 다음에 전국적인 넓은 전선을 만들어야 하죠. 

그런데 상대 후보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전선 같은 딱딱한 말만 하지 말고 밝고 재밌게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단어로 해보자”고 말 하더라고요(웃음).

 

사민저널 : 사실 전선이란 용어는 1930년대에 파시스트랑 나찌에 맞서서 전세계의 좌파들이 투쟁할 때나온 용어죠.

배기남 :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겠네요(웃음).

   
 

 

사민저널 : 증세 문제와 관련해서 오건호 박사가 사회복지 목적세와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시는데, 그것도 사실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최근 노동당 당원인 김형모 씨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김형모씨는 ‘국민 1인당 월 600원 만 더 내면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한테 무턱대고 세금을 더 걷자고 하면, “왜 내가 내야 하는가?”라고 반문 하잖아요 그런데 "당신들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을 더 주기 위해 일인당 월 600원을 더 걷어보자"고 이야기하면 다들 냅니다. 한 달에 100만원, 150만원밖에 못버는 젊은 세대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낼 용의가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박사가 이야기하는 '보편적 증세'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는 “600원 더 내면 40만원 지급할 수 있습니다”라든지 “건강보험료 월 1만원 더 내면 거의 모든 병원비가 무료다” 같이 실제적인 구체적 복지혜택과 연결해서 구체적인 증세를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냥 "보편적 복지를 위해 증세 합시다"라고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너무 애매한 이야기가 됩니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이거 뭐, 어떻게 내가 낸 세금이 내게 돌아온다는 거지?”라면서 잘 안 보인다고 반응합니다.

정용건 : 우리가 선거 때도 이야기 했던 것이 노동조합이 너무 어렵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조합원의 눈으로 보고, 조합원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조합원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쉬운 단어를 써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딱 20만원 매달 노인들에게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당선되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반대편인 우리는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사용했어요. ‘보편적’이라는 개념은 너무 어렵습니다. ‘보편적’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이지 않아요. 그런 단어부터 깨트리면서 새로운 변화를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복지단체는 많은데 왜 효과가 크지 않습니까? 쉽게 이야기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더 고민해야 합니다. 

배기남 : 지배 체제의 기득권 일부를 허물어뜨려야 합니다, 그런데 저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때 과연 세금만 가지고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은 토지와 주택 문제입니다. 자본과 권력과 금융권력이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잉여를 빨아들이고 있어요. 특히 부자들이 담보 대출을 받아 주택을 소유하고 다시 임대차하는 구조를 깨야 노동자와 서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담론화가 쉽지 않은 문제죠.

 

사민저널 :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의 주택 시스템이 다 무너졌어요. 몇 백만 명이 집을 은행에 빼앗겼습니다. 그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 미국의 주택복지 정책금융 기관들입니다. 당시 독일이나 유럽에도 비슷한 것이 다 만들어졌어요. 한국에서도 박정희 대통령 때 주택은행이라는 것이 설립되었고요. 그 좋은 은행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민영화 시켜버리면서 없앴어요.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어쩔 수 없이 주택금융공사를 만들었고요.

저는 진보 쪽에서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예산도 늘리고 제도도 확장시켜서 이것을 주택복지나 주택금융지원 쪽으로 전환시키는 획기적인 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커다란 전략과 구도를 우리가 만들고 SH나 LH공사 같은 것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불황의 시대에 요즘 월세조차 못내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월세 수입에 의존하는 노인들도 굉장히 많아요. 이 노인분들도 살려야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프레임 전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는 이야기가 많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정용건 : 저도 지대의 문제는 정말 많이 고민해보았어요. 특히 권리금 문제, 월세 문제 등과 관련해서 지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지만 딱히 답이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임성규 : 답이 없는 게 아니지만 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 문제에 여러 이해관계인이 다 엮여 있어서 그래요. 나도 내 앞으로 집이 있고 월급쟁이들도 집과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들 이렇게 주택과 연결되어 있고 집 가지고 돈을 번 월급쟁이들도 많아요. 부동산에 근본적으로 손을 댄다고 한다면 이 사람들도 반발하겠죠. 

 

사민저널 : 사회연대를 키워드로 해서 사람들을 모아나가는 사회운동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복지국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사실 복지국가 운동이 지금 한계에 직면해있어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요. ‘왜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가?’라고 질문하면 사회복지학자들이 스스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고 말합니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사회복지의 틀로 접근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습니다. 사회복지의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거죠. 

이 점에서 정치경제학적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정치경제학의 프레임에서 더 크고 과감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가령 전세난, 월세난을 해결해야 하는 주택복지 문제에서 “20조, 40조를 동원해서라도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자"고 과감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진보 측 사회복지 학자들도 기껏 1~2조 짜리 해법을 제시합니다. 소심하기 그지 없고, 언 발에 오줌누기 입니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월 40만원 주자고 주장하는 진보 복지학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선진국의 경우에 우리나라처럼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2015년 말 예상)라고 치면 일인당 매달 10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월 100만원으로 가자고 과감하게 말하는 사회복지학자들이 없어요. 겁이 나니까 주장을 못하고, 아예 상상도 해보지 않는 겁니다. 

정용건 :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가 제시한 안보다 오히려 약했죠.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노령연금 6%, 8%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말할 때 박근혜는 한 번에 10% 올리자고 했잖습니까. 

 

사민저널 : 더 근본적으로,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 주는 게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입니까? 노인네들이 어떻게 월 20만 원 가지고 살 수 있습니까? 이건 비참함이에요. 그 비참한 돈이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주니까 노인들이 감사해서 난리가 난 것인데, 진보 진영은 앞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최저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노인들에 매달 100만원 지급하겠다고 약속 해야죠. 물론 지금 당장 실현은 어려우니까 앞으로 10년에 걸쳐서 늘려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요. 그걸 위해서 부자 증세하겠다고 하면 노인들은 다수가 찬성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큰 전략을 짜야 합니다.

정용건 : 기초연금 문제로 5월까지 투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싸워보니까 우리나라 노인들은 ‘많이 주면 좋지, 그런데 돈이 없잖아.’ 라고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사민저널 : 제 부모님이 노인입니다. 말로는 국가예산 걱정을 하죠. 그런데 그 노인들이 자기 호주머니에 실제로 돈이 매월 40만원이 들어오거나 실제로 올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입장이 그렇지 않아요. “국가재정 문제는 우리 세대가 해결할 테니 노인분들은 우리를 지지해 주십시오. 그게 힘들 것 같으면 최소한 새누리당에 표는 찍지 마십시오,” 이런 이야기만 해도 좋은 거죠. 이렇게 해서 60세 이상 유권자의 지지 표가10%만 줄어도 여당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선거 상황이 조성됩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여당을 찍어온 노인 유권자들의 일부를, 그들이 설령 야당을 찍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여당 지지를 포기하고 기권하게 유도하는 적극적 전략 구사가 필요합니다.  

김욱동 :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전재환 후보는 통일된 조국이 자신의 이상적인 국가라고 생각하고 한상균 후보와 허영구 후보는 사적소유를 철폐하는 정도까지의 생각을 합니다. 반면에 우리들은 '사회연대를 포함한 복지국가'를 이야기하죠. 이 부분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거기에 맞춰 우리의 정책이나 공약들을 공세적으로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민저널 : '사회연대전략'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는데 공감합니다. '사회연대를 포함한 복지국가'라는 담론이 민주노총에 새로운  담론을 일으키기를 기대하며, 여기서 좌담회를 끝내겠습니다.

 

정리 : 백승호 (사민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