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전략'을 전국민 운동으로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 평가 좌담회 <1>

그들을 다시 만났다.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들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후보 측이다. 자신들의 정파도 조직세도 없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래도’인지 정용건 후보 측은 3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결선 투표까지만 갈 수 있다면 1등도 해볼 만 하다는 희망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20%의 표를 얻었다. 7만 명의 조합원이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새로운 이정표에 동의한 거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사민저널>은 그들이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다음 행보를 물어보았다.

좌담 진행 : 정승일 사민저널 편집기획 위원장.

참여 : 정용건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출마자. 임성규 선거대책위원장. 배기남 정책국장. 김욱동 상황실장. 

 

   
 

 

사민저널 :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는 첫 직선제가 끝났고 2번의 한상균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부터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먼저 이번 선거에 즈음해서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 많은 사람이 4번 후보가 무난하게 과반수를 얻으리라고 전망하지 않았나요?  

임성규: 그랬었죠. 4번 후보 진영이라는 것이 민주노총 내의 국민파와 그리고 중앙파, 그리고 전국회의라는 3개 주요 계파가 연합해서 만들어졌어요. 그러니 당연히 가장 조직력이 우세했다고 볼 수 있고,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았죠. 본래는 전재환 4번 위원장 후보가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고, 오히려 4번 후보 진영에 특별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우리 쪽에서 정책을 잘 준비하고 리더십을 보여주면 우리 쪽에도 당선 가능성이 꽤 있는 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재환 씨가 단독 과반수를 해보겠다는 명목으로 우리와 결별했고 그를 따르는 중앙파와 국민파, 전국회의가 연합해서 4번 진영을 꾸렸던 겁니다. 

정용건: 우리 1번 진영에서는 애초부터 사회연대 전략 즉 사회복지와 복지국가를 하자는 내용과 비전을 노동운동에 제시했어요. 여기 계신 임성규 전 위원장과 함께 우리나라 노동운동 전체에 새로운 문제 제기를 해보자고 한 겁니다. 

하지만 뭐 아시다시피 우린 독자적인 정파 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많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어요. 

 

사민저널 : 그런데 20%를 넘는 표를 얻습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용건: 그렇죠. 우리 1번 진영의 조직적 기반이라고는 제가 속했던 사무금융노조와 반명자 부위원장 후보의 공무원 노조뿐이었어요. 조직 기반이 약했죠.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후보 진영과 달리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새로운 내용과 미래 비전을 제시했어요. 사회연대 전략과 함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투쟁을 포기하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민주노총이 가난한 이들과 연대해서 투쟁할 일이 더 많아질 겁니다. 다만 무조건 총파업만 외치고 박근혜 정부와 대척점을 만들자고 하는 기존의 투쟁 방식을 지양하고, 그 대신 사회연대 전국전선을 펼쳐보자, 가난한 수천만 국민들과 연대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새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사민저널 : 그런데 다른 후보 진영들 역시 사회연대 전략에 동의했다고 하던데요? 

정용건: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만 옹호하는 이기적인 노동운동을 비판을 받아온 터에,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우리 쪽에서 주장했으니, 다른 후보 진영 역시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죠. 다른 후보들 역시 사회연대 전략이 옳다고 이야기했어요. 2번, 3번, 4번 후보 진영 모두 선거 유세에서 사회연대 전략에 대해 동의한다고 공개 발언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내용에 동의하고 현재의 노동운동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예컨대 4번 후보 진영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게 탄압당하는 제3정당을 살려내야 한다는 점을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강조했어요.

 

사민저널 : 제3정당이라 하면 통진당을 말하는 건가요? 4번 전재환 후보 측이 통진당과 관련해 직접 언급했나요? 

배기남: 네. 선거 유세 과정에서 4번 전재환 후보 진영이 ‘제3정당 강제 해산에 맞서 제3정당을 지켜내는데 민주노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는데, 누가 보기에도 통진당을 말하는 거였죠.

 

사민저널 : 각 후보 진영별로 보면 노동운동의 향후 진로에 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죠. 

정용건: 우리 1번 진영의 경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연대 전략으로 크게 함께 싸우지 않으면 우리들만의 리그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제출했습니다. 2번 후보 진영의 경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총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3번의 허영구 후보 진영은, 뒤에 입장을 조금 바꾸기는 했지만, 민주노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로 이야기한 거라고 볼 수 있고요. 4번 후보 진영은 통진당과 연합하면서, ‘정파 통합’ 후보로서의 ‘힘 있는 민주노총’을 주로 이야기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각기 다른 색깔의 네 후보가 출마했던 겁니다.  

우리가 내세운 사회연대 전략과 관련해서 다른 쪽 후보들도 모두 동의했어요. 예를 들어 3번의 허영구 후보의 경우에는 선거 유세 중간의 공개 토론회에서 ‘사회연대 전략이 괜찮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후보 쪽의 장점에 관해서 이야기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른 후보들이 다들 ‘1번 정용건 후보 측의 사회연대 전략은 동의가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1번 후보 측이 1차 투표에서 3위를 하고 난 다음 결선 투표를 앞선 상황에서, 2번의 한상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우리의 사회연대 전략을 지지하고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4번의 전재환 후보 쪽에서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제출한 선거 공보물에서 우리가 제시한 사회연대 전략을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2번과 4번 후보 측이 모두 우리가 내세운 사회연대 전략의 비전을 수용했지만 그들의 철학과 신념이 그것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단지 결선 투표에서 우리 측 지지자들의 표를 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의 지점이 다르다고 선을 미리 그었죠.

 

사민저널 : 농담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회연대 전략이 노동운동의 ‘대세’가 될 것 같다는 거네요? 

임성규: 대세까지는 아니었죠. (웃음) 더 깊이 이야기하자면, 우선 다른 후보 측들은 사회연대 전략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이해가 부족합니다. 그냥 두리뭉실 동의하고 있을 뿐인 거죠. 그들이 이해하는 사회연대 전략이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투쟁만이 아니라 다른 계층들과 연대해서 각각의 의제를 놓고 함께 싸우자’는 정도의 이야기예요.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도 아니고 게다가 노동운동이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인 건데, 그러다 보니 다들 동의한 겁니다.   

그런데 제가 2009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 이어서 이번 선거판에서 사회연대 전략을 제시했는데, 사실 이게 쉽게 풀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만 잘못 들으면 ‘정규직 양보론’ 논란으로 번질 수 있거든요. 다행히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깊이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공무원연금 투쟁과 관련해서 집행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깊이 개입해왔는데, 그것이 사회연대 전략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공무원 연금 수준 삭감에 맞서 싸우는데 “공무원 연금의 수준을 낮추고 국민연금의 수준을 끌어올리자”고 민주노총이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양자를 모두 상향시키는 상향 평준화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런 문제는 연금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늘 강조하듯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를 하려면, 아이가 태어나서 자랄 때 들어가는 비용, 학교 다닐 때 들어가는 비용, 학교생활 마치고 나면 직장을 가져야 할 때 고용 안정의 문제, 그리고 아프고 다칠 때의 병원비 문제, 나이 먹어 정년퇴직한 다음에 노후생활 때 들어가는 비용 등을 어떤 개인이나 직장중심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함께 연대해서 공동으로 책임지는 그런 구조를 만들자는 것을 사회연대 전략의 이름으로 이야기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의 민주노총 선거판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하자면 길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특정 항목이 빠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선거기간 동안에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쉬운 메시지로 만들다 보니, 이게 마치 공기업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 공공성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하고, 연금 관련해서는 ‘연금의 상향 평준화’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죠. 

어쨌든 그런 해석들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후보 진영들 역시 각자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면서 사회연대 전략에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민저널 : 노동운동 안에서 노동운동의 미래비전으로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용어가 제시되는 것은 이해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용어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그리고 사회연대 전략의 내용은 결국 노동운동이 가난한 수천만과 연대해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하는 국가 비전이고, 결국 노동운동이 우리나라 전 국민을 위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불 수 있는데, 하지만 2번의 한상균 후보 측과 3번의 허영구 후보 측은 복지국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4번의 전재환 후보 측 역시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요. 

임성규: 한상균 후보와 허영구 후보는 노동운동 내에서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복지국가를 개량주의로 보고 있습니다. 허영구 후보처럼 박식한 사람도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그것이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에서 출발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정신을 갖고 있는데, 그런데도 한국 사회, 특히 노동운동 내에서는 사회주의는 정통 계급 운동이고 그에 반해 사회민주주의는 개량주의라는 도식화된 이분법이 존재합니다. 개량주의 용어인 복지국가라는 말을 사용하면 자신들의 사상적 정체성을 버리는 것으로 여기는 거죠.

 

사민저널 : 그런데도 여기 모이신 1번 후보 진영은 과감하게 복지국가론과 유사한 사회연대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에서 처음 있는 사건입니다. 앞으로 이 전략을 계속 펼쳐나가려면 복지국가에 관한 철학과 담론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려면 사회민주주의의 철학과 담론이 공론화되어야 할 텐데, 앞으로 그런 공론화를 하려 하시는 건가요? 

정용건: 선거유세 당시 제 고민의 지점이 복지국가 담론이었습니다. 복지국가 대신에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다른 후보 측이 우리를 ‘대기업 정규직 양보론’으로 공격하는 문제였습니다. 또 하나의 고민 지점은 ‘복지국가’나 ‘사회민주주의’를 우리 쪽에서 이야기하게 되면, 다른 후보 측에서 ‘교섭과 타협 중심주의’, ‘의회주의’, ‘대중조직 중심주의’라고 공격하면서, ‘너희는 결국 투쟁을 안 하겠다는 거다.’ 라고 엉뚱하게 왜곡한다는 겁니다. 

이런 두 가지 고민 속에서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연대 전략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껴가는 측면이 있지만, 복지국가라는 말로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임성규: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들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거나 과거 집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가령 호주의 경우 백인들이 이주해서 영국의 노동운동을 그대로 답습한 부분도 있지만 1920~30년대에는 노동조합 총연맹 건물에 총 든 군인들이 쫓아와서 총 쏘아대고 노동자들이 총알을 피해 건물로 숨었다고 합니다. 그 건물에는 총탄의 흔적이 아직까지 유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사회민주주의 노동운동은 그런 탄압을 이겨내면서 치열하게 투쟁한 성과로서 그 이후 복지국가를 만들어낸 겁니다.  

 

사민저널 : 동감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다시 1970-80년대의 박정희-전두환 같은 같은 군사 파쇼 정권이  등장한다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앞장서서 총 들고 싸울 각오를 해야겠지요. 또한 악질적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이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민주주의 또는 복지국가를 마치 아무런 투쟁도 없이 무조건 타협해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임성규: 과거에는 엄청난 탄압을 받았고 그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던 사회민주주의 노동운동이 오늘날에는 집권 경험이 있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그 결과 스웨덴이나 호주, 독일 같은 곳에서 노사정 위원회라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고, 그 틀 안에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 이야기를 하면 마치 당장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시 그 나라의 노동운동들처럼 총파업 투쟁 같은 것은 그만두고 노사정 교섭에 나서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나라들에서도 오늘날의 복지국가와 노사정 동등 체제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도 사회연대 전략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앞으로 치열하게 투쟁해야 합니다. 

 

사민저널 : 말하자면 사회 연대적 노동운동은 시위와 파업에 앞장서고 치열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뜻인가요?

정용건: 그렇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엉뚱하게 왜곡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사회연대 전략을 의회주의와 노사정으로 연결시킨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임금인상 투쟁 동력에 사회연대 전략을 심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연금과 의료, 실업 급여 같은 국가 복지 확대와 그리고 부자증세가 필요하며, 이런 내용을 기존의 임금인상 단체협상 투쟁에 연결해서 더 큰 투쟁 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한 거죠.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복지국가 담론을 기존의 노동운동 담론과 결합했고, 이런 새로운 프레임이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타 후보 진영이 보기에도 임단투에 사회연대 전략을 결합시키겠다는 전략에는 오해 또는 왜곡의 여지가 없었죠. 그래서 타 후보들로부터 이 문제를 놓고 별로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치르는 직선제 선거이다 보니 선거운동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 직접 현장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제시하는 좋은 내용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간부급들 앞에서만 선거 유세를 치른 건데, 아무래도 민주노총 간부급들은 정파적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노동운동 정파들이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국가라는 개념을 아주 싫어하더라고요. 그들 대부분이 여전히 사회주의자이고 복지국가를 개량주의라고 비판합니다. 특히 노동운동의 중심을 이루는 노동운동 상근자들이 그런 시각을 갖고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20%를 득표했습니다. 사회연대 전략이 대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사회연대 담론과 전략을 지지하는 저변의 힘이 분명히 형성되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희망이 보입니다. 게다가 노동운동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적 의제를 가지고 나선 후보는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사민저널 : 3번 진영의 허영구 후보가 노동소득분배율을 60%에서 70%로 끌어 올리겠다고 하는 것을 선거 공보물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노동소득 분배율이라는 용어는 매우 학구적인 표현이죠. 저런 이야기를 민주노총 선거의 슬로건으로 제시하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정용건: 노동소득 분배율과 관련해서도 제가 사실 선거유세 과정에서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한 점이 있습니다. 사실 민주노총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논리적 근거가 노동소득 분배율입니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OECD 평균인 70%보다 10%나 낮고, 따라서 임금인상이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더욱 깊고 더 냉정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노동소득 분배율 60%라는 통계치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노동소득분배율이라는 개념 뒤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이 숨어있는 거죠. 현재 노동소득 분배율이 60%로 10여 년째 정체 상태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도 포함해서 말이죠. 하지만 만약 정규직 임금만 따진다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과거보다 훨씬 상승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유세 토론회 때 전 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저도 득표해야 할 것 아닙니까? (웃음).

 

사민저널 :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런 말을 듣기 거북해하겠죠.  

정용건: 엄밀히 따지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계속 요구할 정당한 근거가 취약한 거죠. 이미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취약한 지점을 재계와 박근혜 정부가 이제부터 공격해 들어올 것입니다.  

2014년 초에 노동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60%라고 발표했는데 최근에는 4.2배라고 합니다. 이미 재계와 현 정권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부풀리면서 노동운동을 공격하기 시작한 겁니다. 

앞으로는 노동소득 분배율 증가 이야기만으로는 노동운동의 설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 측은 최저임금 인상, 산별 임금 적용 등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야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임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3번 허영구 후보 측도 최저임금은 올려야 한다고 했고요. 

임성규: 2009년도.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시절에 사회연대 전략을 제시하니 언론에서 인터뷰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사회연대 전략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달라고 해서 대학 학자금 문제를 이야기했죠. 일부 대기업에서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의 성과로 대학 학자금을 무상으로 줍니다. 공기업들에서도 예전에는 학자금이 다 나왔다가 요즘에야 없어졌습니다. 제가 사회연대 전략을 이야기한 것은 대기업·공기업에 노조로 조직되어있는 이들만 대학 학자금을 받을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게 바로 사회연대 전략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실어주면서 긍정적으로 써주는 언론사가 있는 반면에, 노동운동 내의 다른 정파들은 마치 내 말이 ‘대기업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 양 왜곡시켜버립니다. 

정용건: 우리 노동운동 내에서 스스로를 좌파라고 부르는 분들이 각성해야 할 점이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 정규직이 대학 학자금 문제와 관련해서 회사 측에 양보하란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가난한 국민들도 대학 학자금을 받는 그런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중소 영세 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 혜택을 얻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재벌과 대기업들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많이 내야 하죠.

그런데도 노동운동 내의 좌파 정파들은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떤 투쟁이 필요한지에 대해 일체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엉뚱한 이유를 들어 공격합니다. 그런데 이게 공격당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정규직 양보론 또는 대기업 양보론으로 왜곡시켜버려서는 안 되는 거죠.

임성규: 그래서 사실 노동운동 내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김욱동: 건설회사인 삼보토건의 경우 현재 임금체불 5개월이 지났고 파업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고 만약 회사가 파산한다면 노동자들은 체불임금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가 삼보토건 노조 위원장을 만나서, ‘3 주체가 모두 양보하는 게 어떠냐, 그 이야기를 노동조합 쪽에서 먼저 꺼내라’고 제안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을 일절 받지 않을 테니 그 대신 대주주는 경영권에서 손을 떼라, 그리고 채권은행단은 채무연장 하지 말고 법정관리로 넘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세 주체가 공히 자기 살을 조금씩 깎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자는 이야기였죠.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의 좌파들은 ‘왜 노동조합이 양보하란 말인가?’고 되물으면서 거부합니다. 

사회연대 전략은 전통적인 노동운동 내 좌파의 고집이 야기하는 문제점을 솔직하게 까발린 면이 있습니다. 요즘 그들도 ‘정치적 민주화는 형식적으로나마 달성되었지만,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며 그것을 우리가 이루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정치 민주화가 같이 진행되는 나라는 그 좌파들이 개량주의라고 비판하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통진당 쪽 후보와 2번, 3번 후보 진영은 앞뒤가 다른 이야기, 자가당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하는 사상과 사고방식은 거부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정확히 어떤 지향성과 미래 비전을 주장하는 것인지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도 못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사회연대 전략을 제시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사민저널 :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 때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이 유행했죠. 이제 앞으로 2016년부터 3년 내내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가 치러집니다. 그런데도 먹고 사는 문제 대한 진보 또는 민주 진영의 담론이 없습니다. 복지국가라는 담론도 사라졌고 경제민주화도 별다른 특별한 새로운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진보 진영에서 전 국민에게 새롭게 제시할 키워드가 뭘까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사회연대라는 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연대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담론으로서만이 아니라 복지국가와 경제민주주의라는 기존 담론의 내용을 담으면서도 그것을 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만드는 새로운 키워드가 되어야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진보정당 등 한국의 진보가 그간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이들과 연대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가난한 사람들, 너무나 가난해서 싸움에 나설 줄도 모르는 사람들과 피부로 느끼는 수준의 사회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가난한 사람은 힘이 없고 주눅이 들어서 투쟁도 제대로 못 합니다. 삶에 지치고 치여서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입니다. 가난한 청년들만 봐도 그렇죠. 이런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과 함께 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노동운동, 새로운 진보 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이 앞으로 3년간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욱동: 그렇죠. 우리가 이야기한 사회연대 전략은 노동운동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그것이 없어요. 노동운동 이야기만 하죠. 예컨대 4번의 전재환 후보 측은 자민통 진영에 복무하는 노동운동만 이야기했어요. 우리는 사회연대 전략을 한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전략으로 확장하고 싶었죠.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우리가 당을 만들면 당 이름도 ‘사회연대당’으로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웃음) 모든 영역에서 사회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임성규: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처음부터 정파 구도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정파가 없었죠. 과거에는 중앙파라는 정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파를 버리고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직과 세력이 없다 보니 현장에 손발이 없었습니다. 공무원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우리 측의 기반이라고 하지만 공무원노조와 사무금융노조를 다 합쳐봐야 15만 명 정도밖에 안 되고 더구나 그 표를 100% 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죠. 

냉정하게 평가해볼 때, 만약 4번 후보 측이 1등이 된다고 해도 과연 우리 쪽이 2등 하는 것이 가능할까 고민했습니다. 더군다나 2번의 한상균 후보 측이 얼마나 많은 표를 얻을지는 아무도 몰랐죠. 

그런데 개표 결과를 보면, 2번 후보가 1차 투표에서도 4번 후보를 이겼어요. 이것은 대단한 변화입니다. 민주노총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세력들이 결합해 후보를 낸 게 4번 후보인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을 주도해왔던 그룹을, 그게 중앙파건 국민파건, 전국회의이건 거부한 것입니다. 새 물결을 한 번 선택해보자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2번 한상균 후보를 당선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사민저널 : 이번 선거에서 2번 한상균 후보가 당선된 것이 민주노총의 큰 혁신을 기대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고, 더구나 기존의 민주노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회연대 전략으로 20%가량 득표한 1번 후보 측이 선전한 것도 민주노총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번 한상균 후보의 성과와 1번 정용건 후보의 성과, 이 모두가 다 민주노총의 혁신적인 질적 변화를 앞으로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건가요? 

임성규: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쪽의 정용건 후보가 현장 조합원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선거 유세를 치렀다면 훨씬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노조가 총회를 열어서 울산 공장에 조합원 3만 명이 모이게 하고 그 자리에서 우리 측 후보가 사회연대 전략의 내용으로 유세를 벌였다면 현장 조합원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유세과정에서는 현장 유세가 불가능했고, 오직 노조 간부와 활동가가 모인 자리에서의 유세만 가능했어요. 그런데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은 특정 정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설령 그들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우리 쪽의 사회연대 전략에 공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자기 현장으로 돌아가서 현장 조합원들에게 말할 때는 1번 정용건 후보를 ‘개량주의’ 후보라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개합니다. 유세 현장에서 제아무리 그 활동가들이 우리 쪽 이야기에 공감하더라도, 실제 행동은 그렇게 나오지 않는 것이죠. 

우리는 현장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20%밖에 얻지 못했죠. 다음 선거 때는 이 점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앞으로 사회연대 전략을 가지고 노동 현장을 조직할 필요가 있죠.

 

사민저널 : 조합원들이 느끼기엔 4번의 전재환 후보 측은 답답한 민주노총의 기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비추었겠네요?

배기남: 4번의 전재환 후보 진영은 여러 정파가 결합해서 급조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 준비도 제대로 못 했죠. 국민파와 중앙파, 전국회의 등이 합쳐 선거공학적으로 후보를 내다보니 정책 기조조차 합의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선거 유세 일주일 전에야 정책 공보물을 제출했을 정도였죠.

정용건: 보수적인 관료조직에서도 수장이 바뀌면 그 이전 대표의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어요. 이번에 2번 한상균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민주노총의 상근 간부들이 크게 물갈이될 것이고, 민주노총의 기조도 크게 바뀔 겁니다.

4번 전재환 후보 측은 10년 미래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10년 전략을 수행할 준비나 역량,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종합해보면 전재환 후보 진영은 조합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도 빈약했고 조직 내 통합도 원활하지 않았던 거죠. 

물론 자기들 내부 계산으로 1차 투표에서 50%를 넘는 득표를 할 것이라고 들떠 있었고, 선거 유세 직전에는 1번 후보 즉 우리 쪽이 아예 출범도 못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엉뚱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내내 “기호 1번은 사퇴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선거 유세와 선거 운동도 굉장히 네거티브하게 했지요. 

그런 식의 마타도어 전략을 4번 후보 측이 선거기간 내내 구사했는데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패배했어요. 결국, 4번의 전재환 후보 측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것이 없었죠.

 

(곧 좌담회 2부로 이어집니다)

정리/백승호 (사민저널 기자)